진공관 시대의 무전기는 이제 거의 퇴역하고 없지만 진공관과 반도체(속칭 Solid State)를 혼용한 무전기들은 아직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켄우드의 속칭 "하이브리드 방식" 리그인데, 이것을 두고 흔히 진공관 방식이라 말하지만 출력단(Final) 과 출력 드라이버까지만 진공관이고 나머지 송수신 계통은 전부 반도체로 구성되어 있다.
진공관 방식을 포함한 이러한 구세대 리그들은 VFO 가 PLL 방식이 아닌 관계로 요즘 리그에 비해 주파수 안정성이 떨어진다. VFO 가 Free run(자유실행) 상태의 발진기인 만큼 사용 환경(특히 온도)에 의해 운용 주파수가 드리프트 하는데, 그 정도는 리그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방식의 VFO 는 온도, 전압 변동, 기계적 안정성 등에 의한 주파수 변화를 막기 위해 설계 시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예컨대 온도 변화에 따른 주파수 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온도 계수에 맞춰서 부품이 선정되고 더 높은 안정성이 필요할 경우 개별 생산품의 특성(또는 주파수 변동 곡선)에 대해 각각의 튜닝이 필요해진다. (생각만 해도 골 아픈 문제..)
※ 참고로 PLL 방식도 주파수가 드리프트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용도(일반 교신)에서는 크게 문제가 안된다. 아주 특별한 경우라면, 예컨대 초협대역 디지털 모드 (대표적으로 WSPR) 에서는 PLL 조차 주파수 안정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사실상 위상 노이즈)
국내보다 구세대 리그를 훨씬 많이 운용하는 해외 오엠들은 이러한 주파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크게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예열 장치(VFO 에 저항, 히터 등의 열원을 장착하여 오븐처럼 만든다.)
2. 디지털 방식 외부 VFO 장착 (DDS 또는 PLL 방식의 외부 발진기를 장착)
3. 기존 VFO 를 개조하여 FLL (Frequency Lock Loop) 장착
1 번은 가장 큰 변수인 온도 변화 자체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2 번의 경우는 국내 오엠들도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용되는 발진기는 DDS (대표적으로 AD9850, AD9851 모듈) 또는 PLL (Si5351 Si570 등) 을 사용한다.
3 번의 경우는 VFO 자체를 PLL 처럼 개조하는 것이다.(PLL 의 원리를 이용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PLL 은 아님)
대표적으로 "Huff Puff" 라고 알려진 회로가 있다.
Huff Puff 를 가장 잘 정리하고 테스트한 자료는 존경하는 G0UPL 오엠의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http://www.hanssummers.com/huffpuff.html
사족으로, G0UPL 과 https://www.qrp-labs.com/ 의 관계는 알 수 없으나, G0UPL 이 만든 많은 키트들은 QRP-Labs 에서 제품화되어 판매된다. 참고로 qrp-labs 에서 개발한 QCX 키트는 지금은 많이 알려진 uSDX 리그의 원형 모델이다.
Huff Puff 에 대해 더 궁금하고, 작동 방식이 알고 싶다면 아래 사이트를 참고한다.
원리를 굳이 요약하자면 VFO 신호를 샘플링하고 평균을 내는 방식이다.
http://www.aholme.co.uk/Stab/Stab.htm
Huff Puff 를 사용하면 Step 단위로 주파수가 Lock 된다. 예컨대 11Hz, 50Hz, 75Hz 등의 간격으로 주파수가 잠기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 값은 하드웨어적인 한계로 시프트 레지스터 수와 레퍼런스 클록 속도 등으로 사전에 결정된다. 어쨌건 VFO 가 해당 Step 으로 Lock 되면 느린 주파수 드리프트(발열 등으로 인해 주파수가 천천히 흐르는) 는 억압(보상) 된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작동하는 회로지만 목적은 PLL 이 아닌 주파수 드리프트 방지 이므로 매우 느린 반응의 적분기가 사용된다. 예를 들면 초당 100~1000Hz, 너무 빠르면 VFO 주파수 변경 자체를 방해하므로 사용이 어렵다.
아마추어 무선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 정도의 느린 보상 속도는 굳이 고속의 하드웨어 위상 비교기가 없어도 구현 가능하므로 전체를 소프트웨어로 처리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즉, 소프트웨어(MCU) 방식의 Huff Puff 회로이다.
검색해보면 몇개의 구현이 나오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컴브리아 디자인의 X-Lock 이다. (PIC 기반)
컴브리아 사이트는 몇년 전 폐쇄 공지가 뜨고 중지되었는데 최근 들어가보니 사이트가 다시 가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제품 품절 상태지만 매뉴얼 등은 공개되어 있다.
https://cumbriadesigns.co.uk/x-lock.htm
상기 X-Lock 은 소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다행히도 X-Lock과 거의 같은 작동을 하는 공개 소스가 있다.
아래는 OH6CJ 가 OM3CPH 의 소스를 변경하여 만든 FLL 이다. (OM3CPH 는 7 디지트 PIC 카운터를 만든 장본인이다) 2002 년 OH6CJ 가 이것을 만들었으므로 이후에 나온 PIC 방식의 VFO FLL 은 이것이 원형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https://www.qsl.net/om3cph/counter/lcd/contribs/pic_flck.htm
MCU 방식의 작동은 원리적으로 간단하다.
현재 주파수를 측정하고 이전에 측정된 주파수(실제로는 일정 시간 동안 평균을 낸 값)와 편차가 발생했다면 그 편차만큼 버랙터(VFO 에 추가 장착된)의 전압을 제어하여 주파수를 보상한다.
단,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 주파수 변경이 안되므로 일정 주파수(예컨대 100Hz) 이상 벗어나면 VFO 다이얼을 조작했다고 판단하고 주파수 잠금 기능을 해제한다. 이후 일정 시간 이상 주파수 변동이 없으면 다시 Lock 이 설정된다. 제어에 필요한 세부 값은 MCU 내부 EEP 에 저장되고 수정 가능하므로 현재 사용 중인 리그에 맞게 조정될 수 있다.
상기 작동은 원리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성능은 알 수 없으므로 실제 제작해서 테스트 해본 바 잘 작동한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방식의 외부 VFO 는 편의성은 좋지만 조작성은 떨어진다고 생각되므로 FLL 방식을 선호한다.
참고 사항으로는 송신시 RF 전력이 회로의 오작동(OH6J 의 조언을 참고한다)을 유발할 하므로 PCB 설계 단계에서 주의가 필요하고, 동일한 이유로 VCO 출력은 X-Lock 회로의 예처럼 Isolation 시키는 게 좋다.
내 경우 펌웨어는 개인적 이유로 40핀 16F87X 용으로 수정 되었고 몇가지 기능이 추가, 변경 되었다. 또한 회로 및 PCB 는 전술한 이유로 재설계되었다. (결과적으로 원본 소스만 이용한다)
아래는 제작 사진이다.
1차 프로토타입 테스트
2차 프로토타입. 에칭 전 PCB
SMD 부품 장착 중(수작업 한계상 0805를 사용한다)
완성된 회로 작동 중 동영상 캡처
테크닉-5 에서의 장착 테스트
장착 후 주파수가 LOCK 이 된 상태에서 VFO 다이얼을 미세하게 좌우로 돌려보면 주파수 변경이 보상되어 주파수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100Hz 이상 변경하면 Lock 이 풀리며 원하는 주파수로 이동하므로 익숙해지면 스테빌라이저가 장착되어 있는지 아닌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기존의 조작성이 유지된다.
운용 결과는 아래와 같다.
- 전원 투입 후 예열 완료시까지 VFO 드리프트 없음.
- 장시간 운용하더라도 주파수가 흐르지 않는다.
- VFO 는 기존 아날로그 발진기의 조작성(느낌)을 그대로 유지한다.
- TS-830 및 테크닉-5(사실상 TS-530) 에 장착, 정상 작동 확인.
※ 2021 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잘 작동 중이다.
※ 원래 계획은 상기 회로를 이용하여 PLL 없는 Free Run VFO (아날로그 방식 RF 발생기, QRP 장비, MFJ269 등)의 주파수 드리프트를 막는 용도로 실험을 할 예정이었는데 아직까지는 추가 실험 데이터가 없다. 피드백 제어 회로이므로 다루기가 쉽지 않겠지만 PLL 보다는 훨씬 단순하므로 적용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발진 회로가 너무 불안정한 경우(수백Hz 이상 왔다 갔다 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계적, 전기적으로 안정적인 구조의 발진기라면 시도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