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실로스코프 SMPS 수리

누군가에 의해 폐기된 장비 KIKUSUI COM 7000A 시리즈 오실로스코프 

60MHz(이 모델은 100MHz 모델도 있음)이며 지금 기준으로는 별볼일 없는 기술이지만 당시로는 매우 혁신적인 디지털 스토리지(파형 저장) 기능이 있고 GPIB 인터페이스도 내장.

 

기본적으로 아나로그(CRT) 스코프이지만 내부에 디지털 처리를 위한 ADC 와 메모리, CPU 를 내장하고 있으므로 디지털 캡쳐된 데이터를 CRT 상에서 재생(물론 낮은 해상도지만 리얼타임 측정도 가능)한다.

 

이런 방식에는 신호처리를 디지털로 하고 출력만 CRT 로 하는 방식(TV 와 비슷한 CRT)이 대세지만 이 스코프는 특이하게 아나로그와 겸용이므로 CRT 는 기존 아나로그 스코프와 같은 정전편향 방식이다. 하여간 당시에는 당연히 고속 ADC 나 성능좋은 CPU 가 아닌 관계로 큰 규모의 Logic IC 와 아나로그 신호 처리를 위한 회로가 동시에 내장되어 있으므로 큰 소모전력(100W+)을 자랑한다. 

 

손상된 PCB

이렇게 PCB 가 까맣게 탄화가 되면 인근 Trace 로의 절연저항의 저하로 인해

특히 높은 전압에서 성능저하 또는 오작동의 원인이 된다.

 

각설하고 SMPS 유닛이 타버렸다.  기판까지 까맣게 타버린데다 회로도가 제공되지 않으므로 원상태로 고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로를 역으로 트레이스 해보니 두개의 개별 파워서플라이 +5, -5 디지털 계통과 아나로그 및 CRT 계통 (+12, -12, +70, -70, 140V) 가 구성되어 있으며 문제가 발생된 곳은 아나로그 계통이다.

 

초기 SMPS 방식으로 자체 발진(자려식, self oscillation) 인데, 자체 발진 회로의 특성상 설계시와 동일한 값(동일 특성)의 부품을 사용해야 하며, 이 방식의 한계로써 실제 사용시에 정상 범위 내에서 작동하는지 확인 후 일부 값은 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까다로움)  

 

손상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수리/분석 시도중에 발생한 현상으로 미루어 보아 Inrush Current(돌입 전류) 와 관련된 문제로 추정된다.  Free volt 로 설계 되었으나 110v 가 아닌 220v 에서 구동하면  돌입 전류가 두배 증가하고(돌입 전력은 4배)이를 처리해야 하는데, 회로 설계상의 문제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듯 싶다.  따라서 110V 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고 주전원으로 100~110v 를 사용하는 일본과 미국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예상.. 

 

어쨌거나 손상된 기존 부품을 다 들어내고 요즘 나오는 SMPS 컨트롤러 IC 회로로 교체하기로 한다. 

(요즘 나오는 원칩 전원 컨트롤러는 Soft start 를 비롯한 각종 기능이 한 칩에 내장되어 있다.)

필요한 출력은 100W 이내 이므로 일반적인 LCD 모니터의 전원부 회로를 차용하기로 하고  메인 트랜스와 출력 및 피드백은 기존 회로를 그대로 이용한다. 다만, 사용하려는 컨트롤러 IC 의 경우 보조 전원을 위한 권선이 필요하므로 이것은 기존 트랜스포머 위에 감는다. 

 

LCD 모니터의 전원부(LG 17인치) 좌측 하단이 컨트롤 IC 이다.

사용된 IC 는 Fairchild(현재는 ONSEMI) 사의 FAN 7602 라고 하는 8핀  Current Mode PWM Controller 이며 LCD 모니터전원부의 회로 역시 데이터시트상의 어플리케이션과 동일하다. 

이 IC 는 사실 기존에 LCD 모니터를 수리하면서 남은 유휴 IC  이다. 

 

만능기판에 전원 컨트롤 IC 를 구성하고 의사부하로 측정중.

 

주 스위치는 원래 고전압 사양(500~600V)의 MOS-FET 를 써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220V (정류후 300V 부근)에서 별 문제가 없는 IRF 740(400V 사양, 부품박스에 있는 여유분)을 쓴다. 게이트 드라이버는 토템폴이 이미 IC 에 내장되어 있으므로 직결하면 된다.

 

보조 권선 감기

 

보조 권선은 기존 감겨있던 자려식의 베이스 피드백용 권선으로는 전압이 부족하여 저전압 보호모드로 진입 했으므로, 새로 감았다.  10T 에서 시작하여 점점 줄여나가 최종 4T 로 결정되었다. 보조 권선으로 공급되는 전원은 컨트롤러 IC 를 구동하는 전원이며 약 19V 를 초과하면(Overshoot) 꺼져버린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경우 권선의 극성을 뒤집어야 함)

 

최종적으로 완성되고 PCB 상에 고정.

 

테스트중 피드백이 불안정하여 목표전압(140V)을 출력하지 못했으므로(배치의 한계로 인한 노이즈 간섭으로 추정) 약간의 추가 수정(피드백 라인에 캐패시터 값 조정)후 정상 작동을 확인하였다.

 

SMPS 회로를 직접 만드는 경우에는 220V 를 사용하므로 까딱하면 연기와 불꽃을 감상하는게 기본이고,  최악의 경우 출력측 전압 제어(피드백)가 제대로 안되어 기기 전체가 초과전압 공급으로 손상(수리 불가능 상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어지간한 경험이 없으면 작업을 추천하지 않는다.  

 

작동시켜보니 스위치류에 접촉불량이 있고, 전원부 캐패시터의 수명이 다되어 수직측 감도를 높이면 스위칭 노이즈가 입력에 들어온다. 전원부 캐패시터를 교체하고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억압.

다행히 CRT 상태는 거의 신품 수준으로 휘도가 좋아 보인다.  스케일 조명을 LED 로 교체 후. 사진.

 

CRT 이므로 아래 조명이 없으면 스케일이 보이지 않음(밝기 조정 가능함)

 

이 작업은 비슷한 회로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연이며, 실제로는 기존 회로를 분석 후 대체 가능한 회로를 만들고 적용 후에는 다시 문제가 되는 일부 회로를 수정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소요 시간대비 경제성이 없다. 구형 계측기가 이 정도 고장이면 손상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우므로 폐기하는 것이 일반적.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RIGOL DS1054Z(중국산) 의 경우 기능제한 해제 키만 얻을 수 있으면

4채널, 100MHz, 대형 컬러 TFT LCD, FFT 및 스코프 자체에서 기본적인 프로토콜 분석지원(I2C, RS232 등)

외부 USB 저장장치에 측정 데이터 저장, LAN 연결을 통한 원격 측정 등등 일반적인 용도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가격도 저렴하다.  비슷한 가격대의 Tektronics 스코프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몇몇의 해외 오엠들은 특별한 조건에서 트리거 기능이 불완전하다는 보고가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제한된 예산에서 이정도 기능의 스코프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DS1054Z 의 RS-232 프로토콜 분석 기능으로 시리얼 통신 디버깅 작업중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디스플레이 아랫쪽에 ASCII 코드로  표시된다.

별도의 로직아나라이저를 동원하지 않고도 간단한 작업에 유용함